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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삶과 죽음에서 경계에서 빛난 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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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2 18:34 조회 5,81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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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이야기의 시작은 14살 소년 알리카가 한 손에 작살(우나크)을 들고 물범을 잡기 위해 세 시간째 물범이 드나드는 구멍(아글루스)앞으로 지키는 장면이다. 동생 술루는 개썰매에서 졸고 있다. 이곳은 동네에서 11km 떨어진 곳이며, 그린란드 북쪽에서 떨어져 나온 부빙이 이 섬에 닿아 다시 얼어붙은 오래된 부빙 위다. 1868년 10월 중순, 어둡고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다. 반 페이지 분량의 서두에서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빙하표류기』는 부빙을 타고 6개월간 무려 1,600km를 표류하다 살아남는 이뉴이트 형제의 모험이야기다. 부빙을 따라 우리의 시선도 형제의 모험 속으로 옮겨간다. 형제의 강한 생명력, 부모, 마을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표류하는 부빙 위의 긴장감과 교차되며 촘촘하게 짜인다.

알리카는 두렵다. 게다가 대기는 무거운 잿빛으로 짓누른다. 하지만 동생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참는다. 추위와 곰의 습격을 막기 위해 이글루를 짓고, 썰매에서 꺼낸 도구로 불을 지핀다.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표류는 6개월 동안 이어진다. 이누이트 형제와 썰매 개 짐카는 부빙위에서 물범을 잡아먹으며 남쪽으로 떠내려간다. 형제는 눈 폭풍을 만나기도 하고, 곰의 습격을 받아 죽을 뻔하고, 술루가 물에 빠지는 위기도 겪지만 이럴 때 부모님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기억하며 살아난다.

최대의 위기는 극야 기간(해가 뜨지 않는 기간)을 지나해가 보이기 시작하는 때 찾아온다. 모든 이에게 ‘봄이 온다’는 것은 생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형제에게 해는 부빙이 녹아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언제 물에 빠져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 3월 초. 전날 밤도 끔찍했다. 또다시 얼음이 쪼개지고 찢어지며 신음하는 소리와 부빙 아래 얼음 덩어리들이 구르는 나직한 울림이 들렸다. 앞으로 1, 2주일만 지나면 부빙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자유롭게 떠다니게 된다. (180~181쪽)

아이러니컬하게도 형제에게 태양은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7~8km에 달했던 부빙이 봄이 오기시작하면서 폭이 작살 5개, 길이는 작살 10개 정도로 작아졌다. 알리카는 부빙을 노를 저어 가며 아슬아슬한 생명의 끈을 부여잡는다.

이누이트인들은 얼음과 함께 살고, 얼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얼음은 항상 두려운 존재다.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음은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지난 수천 년간 얼음 속으로 사라진 이누이트 사냥꾼은 짐작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 생명을 건 사냥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치열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 앞에서 겸허하다. 자연에 기대어, 자연에 순응하고, 경외하고 극복하며 산다. 이누이트이기 때문에 알리카는 이글루를 지을 수 있고, 작살로 물범을 잡을 줄 알고, 물범을 해체하여 식량으로, 기름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곰을 잡을 줄 알았다. 『빙하표류기』는 이누이트 사람들의 삶도 상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각 장마다 빙하의 특징, 지형,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누이트 언어까지 정리해 두었다.

시어도어 테일러의 또 다른 작품 『티모시의 유산』도 극한의 위기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다. 『빙하표류기』와 달리 적도에 가까운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한다. 극한의 추위 대신 강한 햇볕과 더위와 허리케인을 견디는 12살 백인 소년과 70살에 가까운 흑인 노인 티모시가 6개월 동안 뗏목과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다.

『빙하표류기』를 읽는 내내 『티모시의 유산』이 떠오른다. 부빙은 무인도와, 부서지는 부빙은 허리케인과 중첩된다. 알리카는 추위와 곰을 피하기 위해 맨 먼저 이글루를 지었다. 티모시 역시 무인도에 닿자마자 섬의 높은 쪽에 햇빛을 피할 움막을 짓는다. 알리카와 티모시는 자연이 돌변했을 때의 위기에 대응하는 법을 알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애정이 이야기의 저변에 깔려 있어 가슴 뭉클하다.

작가는 혹독한 자연을 극복하는 모험적 삶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솜씨를 지니고 있다. 치밀한 구성력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긴박한 모험과 이를 극복하는 지혜로움이 긴장과 감동을 의미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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