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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세계의 십대와 함께 즐기는 문학] 열두 살 아빠의 달 여행 지구 귀환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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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21 14:54 조회 6,3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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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번역가. 작가


요즈음 일요일 오후면 빼놓지 않고 챙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네 꼬마들과 아빠들의 영상 여행기인 <아빠! 어디가?>이다. 언젠가부터 가정 내에서 소외된 아빠의 자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제작했다는 취지대로, 이 프로그램은 문명과 동떨어진 오지에서 아이와 아빠와 오롯이 함께 하는 48시간 취재 기록들을 통해, ‘아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아빠! 어디가?>를 TV에서 만나기 훨씬 전에 접한 소설 『코스믹』을 떠올리게 해준다.




01. 어쩌다 된 어른

『코스믹』은 중국 고비 사막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오싹한 테마파크인 ‘무한공원’으로 뽑혀간 네 명의 십 대 초반 아이들과 세 명의 아빠, 그리고 한 명의 가짜 아빠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진짜 좋은 아빠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붙잡고 네 아이들의 인솔자가 되어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간 아빠가 실제로는 열두 살이라면? 아마도 롤러코스터를 타려다가 거부당한 조시를 떠올릴 것이다. 소원을 비는 놀이동산의 기계에 동전을 넣고 몸집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던 영화 <빅>에서의 톰 행크스를. 하지만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들려줄 『코스믹』의 주인공 리암은 그깟 롤러코스터 때문에 동전을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리암이 그냥 키만 큰 건 아니다. 콧수염이 난 얼굴 표정은 그를 영락없이 어른처럼 보이게 한다. 전혀 사람들을 속일 의사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리암의 성숙한 외모에 번번이 속는다. 놀이기구 아저씨는 가장 짜릿한 코스믹에 동반할 어른이 필요한 어린이 손님들을 위해 공짜로 리암을 태워준다. 입학한 중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리암을 새로 온 선생님으로 착각하고 연단에 세워두고서 아이들에게 소개해준다. 물론 리암은 자신의 이름을 분명히 밝혔고, 단 한 번도 자신을 전근 온 선생님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남의 말을 새겨듣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리암은 본의 아니게 어른 행세를 하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속아주는 상황에서 리암은 좀 더 대담해진다. 가령, 동년배 여학생 플로리다의 아버지 행세를 하자, 감쪽같이 속은 자동차 영업 사원은 운전면허증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포르쉐의 열쇠를 내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너무 일찍 늙어버린 리암의 외모가 가져다준 최고의 혜택은 아이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아빠의 자격으로 무한가능성호의 탑승 우주인 타이코너트가 될 기회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02. 어려운 아빠 노릇

과학 영재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사랑하는 리암 딕비의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이다. 평범한 아버지들처럼 그도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쓴다. 십대 소년이 된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10대에게 말걸기』란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참고할 정도로 열심이다. 괴짜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가상현실 속에서의 아바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이 아버지는, 그러나 다소 짠돌이이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할 정도이다. 물론 그 덕분으로, 아버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길드 회원이 보낸 문자를 수시로 받고, 아들은 부엌 설비 물품 목록에 관련된 문자를 받으며 서로를 잘 감시하고, 더 잘 알게 되었다.

책장을 펼친 독자들은 “엄마, 아빠, 듣고 계신가요? 학교에서 남부 호수 지역 야외활동 센터에 간다고 말했죠? 솔직히 말해서, 사실 호수 지방에 있는 게 아니에요.”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무한가능성호에 탑승한 리암이 휴대전화에 녹음하고 있는 육성이란 건 대번에 알 수 있다. 바로 아빠와 SIM카드를 공유하고 있는 드랙스월드(GPS 기능)가 장착된 드랙스 통신사가 만든 문제의 휴대전화기 때문에 우주적인 사건은 시작되었다는 것도 곧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말미까지 가보지 않고선 이 휴대전화야말로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끈임을 알 수는 없다. 우주로 가져간 휴대전화가 울리던 긴장이 고조된 순간, 발신인이 아버지인 걸 알게 된 가짜 아빠 리암에게 진짜 아버지가 묻는다. “너 괜찮지? 괜찮지 않다면 데리러 갈게.”라고. 게다가 사랑과 염려를 듬뿍 담아 이렇게 덧붙인다. “얼마나 멀든 상관없어. 난 네 아빠야. (집으로) 오고 싶으면 말만 해. 데리러 오라고.” 아들이 가짜 아빠 노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진짜 아버지는 지금 아들이 까마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헤매고 있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작가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가 그려내는 이 순박한 아버지의 모습은 어쩐지 한없이 친숙하다. 영국 리버풀에 거주하는 작가는 요즈음에는 드문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간다. 무려 일곱 아이의 아빠인 작가는, 이 소설 속 아버지가 리암과 친해지기 위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는 모습에서도 눈치 챌 수 있지만, 주말에는 세상이 두 조각이 난다고 해도 절대로 일을 하지 않는 가정적인 아버지이다. 대가족의 전통을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는 부모들의 신비하고 매력적인 힘을 다룬 이 책을 자신의 부모님에게 헌사하기도 했다.


03. 로켓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달 표면에 우주복을 입고 서 있는 소년이 그려진 표지와 제목만을 보자면, 이 소설은 영락없이 SF일 것 같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선입견을 우려하여 표지 바로 아래 밝혀둔 “로켓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라는 단 한 문장 덕분에 독자들은 오히려 아리송해진다. 그럼 무엇에 대한 이야기일까? 우선 말하자면, 이 작품은 두 겹으로 된 이야기이다. 개성이 다른 네 명의 아이들과 아이들이 직접 뽑은 ‘우주 공간에서 최고일 것 같은 아빠’ 리암이 온갖 테스트 끝에 드랙스 박사가 이끄는 팀이 만든 무한가능성호에 탑승하여 우주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무사귀환하기까지의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겉 이야기이다. 그러나 바로 그 모험담 안쪽에는 작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중력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과 지구의 중력에 관한 이야기? 아니,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중력이 유독 특별히 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혹 멀리, 너무나도 멀리 떠나가지만 결국엔 다시 되돌아오게 만드는 아버지의 힘에 대한, 그러니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인력에 대한 드라마를 말하고자 함이다.

비밀리에 선발되어 드랙스 박사팀의 야심만만한 우주 놀이동산 건설 프로젝트를 우여곡절 끝에 마친 리암 일행을 태운 우주선이 시베리아 벌판에 불시착했을 때, 이들의 위치를 휴대전화로 알아내고 찾아온 진짜 아버지를 알아본 리암은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지구에서 제일 좋은 점은 두 말할 것 없이 딱 적당한 중력이다. … 내게 아빠를 끌어당기는 특별한 중력이 있기라도 하듯 아빠는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애초 충실한 드랙스 통신사의 고객으로서 세계 최고의 아찔한 놀이동산 체험 고객으로 초대된 리암, 하지만 목소리 때문에 성인으로 오해를 받고 자식과 함께 초대된 리암은 동년배 플로리다의 가짜 아빠 노릇을 감쪽같이 해내야만 로켓에 오를 수 있다. 당연히 아빠 경력이 전무한 그에게 “아빠가 된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인 셈이다. 내 아이가 최고라는 생각은 물론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도 그 생각이 사실이라고 믿게끔 노력해야 한다”는 독백대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좋은 아빠의 자질인 인내심과 이해심 시험의 합격선을 넘기란 우주인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토쟁이 혜성이나 보텍스와 같은 시뮬레이션 기구를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거듭 타야했던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04. 달 착륙의 수수께끼

한 장뿐인 성인 탑승권을 놓고 벌어진 몇 차례의 투표 결과 아이처럼 순진하고 다소 얼간이 같아서 선택된 리암은 무한가능성호가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로켓 발사 직전에 알게 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리암은 플로리다를 승무원 숙소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데려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래야만 한다면 집이 있는 영국까지도 걸어갈 작정이었다. 가짜 아빠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막연하게나마 느낀 것이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친아빠 자랑을 떠벌리던 플로리다가 “리암, 난 아빠가 없어.”라고 실토한 뒤로 결심은 뒤집힌다. 자신이 유명해져야 친아빠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막연한 플로리다의 희망 앞에 리암은 결국 플로리다의 아빠 노릇을 지속하기로 결심한다. “좋아. 내가 널 우주로 데려갈게.”

무한가능성호가 발사대에서 분리되고 지구 궤도를 벗어난 뒤, 네 꼬마와 리암의 좌충우돌은 계기판에 ‘영구적인 치명적 오류’란 메시지가 뜬 이후로도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리암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할 수 없다. 이미 아이들은 리암이 자신들의 아빠라는 듯, 아빠라면 뭘 해야 할 줄 알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애초 한 아이의 가짜 아빠 노릇이 지구로의 귀환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네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역할로 부풀어지자, 리암은 마음속으로 진짜 아버지에게 S.O.S. 요청을 한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 붕붕 떠 있는 리암의 중력은 아버지한테까지 미치지 못한다. 이미 무한가능성호는 달의 궤도를 다섯 바퀴째 돌고 있고, 이대로라면 지구 귀환은 불가능한 쪽으로 확률이 기울어졌다. 그때, 네 아이 중 누군가가 희망을 말한다. 로켓이 우주에 떠 있는 게 아니고, 이 상황 역시 드랙스 박사 팀의 모의실험의 일부라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이에 호응한다. 달에 성조기가 꽂힌 사진에서 깃발이 날리는 건 조작이라고. 바람도 없는 달에서 깃발이 날릴 수 없다는 과학적 논리까지 동원해 가며 맞장구친다. 제법 그럴싸하다. 필자가 보기에도 모든 사건이 드랙스 박사 팀의 조작만 같다. 중국 고비 사막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는 설정부터가 이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의 일부로 보이게끔 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우주선 내에 남은 리암을 제외한 네 아이들은 거짓말처럼 닐 암스트롱이 첫 발을 내디뎠던 고요의 바다로 내려간다. 그들도 믿지 않았던 달 착륙의 역사를 직접 만들기 위해, 1972년 이후 아무도 딛지 못했던 달의 분화구 곁으로 내려간다.


05. 달에서의 메시지 “안녕, 아빠!”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달세계로의 오디세이는 지구로의 무사귀환 이후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진 네 명의 아이와 한 명의 가짜 아빠의 무용담 속에서나 그럴싸하게 되살아날 전설이 되어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로 돌아온 리암과 플로리다의 후일담은 쇼핑센터 대형 TV 화면에 포착된 무한가능성호의 발사 장면에서 이어진다. 며칠 뒤 모든 언론들이 한 여자 아이를 집중 조명한다. 그리고 지구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드랙스 박사의 어린 딸인 센지한이 달에서 발견한 놀라운 돌무더기 탓이다. 리처드 C. 호클랜드와 마이클 바라가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에서 입에 침을 튀어 가며 털어놓았던 “우리 인류는 달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는 주장이 전복된다. ‘따르르르릉’ 리암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플로리다이다. “깜짝 선물 기억하지?” 네 아이들이 달에 착륙했던 사실을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리암은 그제야 TV 화면을 쳐다본다.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돌멩이를 늘어뜨려 만든 네 글자. “안녕, 아빠!”

리암은 겸연쩍다. 처음엔 당연히 플로리다가 가짜 아빠였던 자신을 위해 만든 글자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내 플로리다가 떠나간 자신의 진짜 아빠에게 안부를 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 순간 아빠가 리암을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 글자가 리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무안해진 리암이 아빠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아빠!” 우주로 나가본 사람들은 중력이 변하기 쉬운 것이란 걸 안다. 때론 깃털처럼 가볍게 떠오르고, 때론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중력. 리암은 아빠와 눈을 맞춘다. 둘 사이의 특별한 중력으로 자신을 찾아낸 아빠를. 남들이 보기엔 대단할 것 없지만, 자신에게는 위대한 아빠를. 그제야 리암은 네 아이들이 달 표면에 가지런히 놓아둔 화석암 돌멩이들이 지구상의 모든 아빠들을 위한 인사말임을 알게 된다. 아니, 모든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서 전 우주의 아빠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을 알게 된다.

전작인 『밀리언즈』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는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28일 후> 등으로 유명한 대니 보일 감독과 영화 작업을 해온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따르르르릉’ 이번에 울린 건 내 휴대전화이다. 좋은 소식이다. 『코스믹』이 대니 보일이 직접 스크립 제작을 하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단다. 오늘은 필자도 좀 깜찍한 짓을 해보고 싶다. “안녕, 아빠!”라는 네 글자를 아빠의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짓을.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그래도 해 볼 테다. 눈 꼭 감고. ‘메시지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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