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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예술 깊게 읽기]언어의 두드림이 만들어내는 긍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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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2 22:13 조회 8,05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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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으로 인문학하기』
박하재홍 지음|탐|240쪽|2012.08.17|12,000원
중학생|한국|음악

부모로서 내가 딸에게 해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잘 발견하고 이끌어 내어 맘껏 펼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열정과 즐거움으로 할 수는 있어도 밥벌이가 되겠냐며 돌아섰던 내가 과연 아이의 꿈을 힘껏 밀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온 사람과의 만남은 흥미나 즐거움, 자신감, 기쁨과는 거리를 둔 길을 가고 있던 나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시킨다. 박하재홍의 『랩으로 인문학하기』는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포기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래퍼의 랩에 대한 랩이다.

개인의 불만을 공격적인 몸짓과 가사로 쏟아놓는 것이 랩의 전부는 아니다. “랩은 하고 싶은 말에. 장단을 실어. 상대방의 귀를. 끌어당기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의 기술이자 표현.” 이라는 정의에서 알 수 있듯, 개성을 담되 상대방이 긍정하게 만들어야 하며 시간이 지나서도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개인적인 메시지가 우리 사회와 시대를 표현하는 내용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듣던 청중은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또한 힙합의 탄생과 이후의 성장, 또 오늘날 한국과 세계의 힙합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고향으로 특정한 창시자 없이 공동으로 완성된 힙합. 이 힙합이라는 놀이터에서 하나의 놀이기구가 랩이다. 그런데 여기서 힙합의 정체성인 ‘즉흥성’은 힙합이 매번 새로워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정해진 안무 없이 즉흥적으로 기술을 선보이는 춤꾼,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벽화를 남기고 사라지는 그라피티 낙서, 눈앞의 광경을 줄줄이 쏟아내는 래퍼, 이들이 하는 것이 힙합이다. 힙합의 자기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이런 특성은 한국 힙합을 탄생시켰고 오늘날 세계 각국만의 독특한 특성이 담긴 고유한 힙합이 만들어졌다. 자신도 즉흥적인 힙합은 타인의 즉흥성을 인정한다. 이렇기 때문에 또한 랩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초대받기도 하며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시대의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외면해왔던, 여전히 이 세계의 비주류인 흑인들의 랩이 담고 있는 내용은 차가운 편견이나 어설픈 흉내를 넘어서서 그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요구한다. 창작의 원동력을 대중들의 관심이나 인기에서 찾지 않는 힙합의 시선은 그래서 청소년들과 팔레스타인 등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 나와 있는 랩의 가사들을 듣다보면 단순한 랩 이야기가 아니라 2012년의 어떤 사회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재미있는 내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랩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읽게 되고 나도 랩을 해볼까 하는 마음마저 들게 만든다. 저자는 “낭독의 두드림”을 통해 랩을 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말에 숨어 있는 리듬을 찾아서 폼 나게 읽는 방법까지 15년 이상 랩을 사랑해온 대가의 안내는 친절하다. 오디션 열풍의 현실에 대한 일침은 ‘즉흥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 랩의 전문가가 경쟁과 평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는 시대를 향해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완전한 주인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박하재홍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행을 통해 각국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랩 여행을 통해 랩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은 몸조차 자유로움을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랩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DJ DOC가 춤을 추지 않고, 패닉이 나는 왼손잡이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이제 청바지 입고서 가는 회사도 존재하며 여름 교복이 반바지인 학교도 있다. 오늘날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예전만큼은 아닌 것을 보면 이들의 노래는 선지자를 닮았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점점 합리적인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랩이 불만과 열등감, 차별의 사회를 독한 목소리로 소독하며 서서히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꿋꿋하게 즐기고 살아온 랩의 전문가는 자신 있게 얼마나 깊고 다양한 생각을 랩이 담고 있으며 누구라도 소리치고 싶은 것을 랩으로 토해냄으로써 인생에서 더 이상 관객이 아닌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을 찾아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자 하는 행복한 긍정의 생각을 시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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