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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깊게 읽기]유쾌하고 가슴 찡한 아빠의 노래, 남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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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2 21:55 조회 5,8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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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조무래기별들 』
박일환 지음|박해솔 그림|삶창|151쪽|2012.10.26
11,000원|중학생|한국|시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면서 비로소 철이 든 나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하는 것인 줄 몰랐다. 하지만 세상의 부모는 나처럼 그 고비들을 넘고 나이를 먹어간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굽이진 길들을 끊임없이 걷는 것이고, 걷다보면 익숙해지는 날이 온다는 것을 되도록이면 유쾌하고 가슴 찡하게 전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하다. 풀어낼 재간이 없다. 그럴 때면 책을 뒤적이고 넌지시 내 주변에 놓아 두어 본다. 아이가 읽어보기를, 그래서 내가 하지 못하는 많은 말들을 책이 대신해 주길 바란다. 때론 무겁게 때론 아름답게 그리고 유쾌하게 풀어낸 이야기들로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삶의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받은 감동을 오롯이 느끼진 못할 것이다. 도리어 권하는 어른이 읽고 치유가 된다면 그것 역시 좋으리라. 이 책은 어른인 내가 읽어 기쁘고, 청소년인 아이가 읽어 재미있고, 세상의 부모가 읽어 잠시 행복해지는 책이다.



굵직한 놈
네 살배기 단비
머룻빛 눈망울에
무에 더러움이 있으랴. (33쪽)

두 딸을 키우면서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경이로움의 순간들을 글로 옮겨 놓은 시인이 참으로 부럽고 고맙다. 이 경이로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그 순간들을 언어로 옮겨 놓지 못한 몽매한 나 같은 어른들에게 이렇듯 기쁨을 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일까? 이렇게 머룻빛 눈망울로 자신의 똥을 꼭 들여다보고 엉덩이를 치켜들고 엄마를 불러대던 그 아이들에게도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을 뒤돌아보게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이런 긴밀함(?)도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청소년기에 대부분 끊어져 버리고 같이해 온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각자의 생각이 키워진 자리에서 생기는 틈을 이 시들을 읽으며 메우길 기대해 본다. 세상의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낳아 키우며 순간순간 느꼈던 행복과 환희 그리고 경이로움을 잊지 않는다면 나이를 먹는 것이 덜 쓸쓸할 것이고, 아이들 역시 이런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부모와의 갈등과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짚어 볼 수 있으리라.

이름 짓기, 그 행복한 추억 1
해처럼 높이 빛나고
솔처럼 늘 푸르라
붙여준 이름
해솔 (14쪽)

그 해솔은 커서 만화가의 길을 가고 그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착한 아빠인 시인은 딸의 그림 속에 자신의 시가 번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손에 이 책이 쥐어졌을 때 자신의 시와 글보다는 딸 그림에 눈이 더 오래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빠이다. 앞니 빠진 해솔이, 욕심 많은 둘째 단비의 막무가내 분투기, 만화에 빠진 해솔이, 그 어린 영혼을 내려다보는 조무래기별들에 이르기까지 시는 너무 쉽고도 착해 마음이 편안하다.

눈 내리는 밤, 시 쓰는 밤
아빠, 눈 온 거 알았어?
대답 대신 나는
간밤에 썼던 시를
슬그머니
눈밭 위로 던져버렸다. (119쪽)

두 딸과 아내, 세 여자의 틈에서 사는 이 행복한 남자는 시심을 잃지 않는 멋진 시인으로 다가온다. 시를 붙잡고 있으면 이런 아빠가 되는 걸까? 아님 이런 아빠라 이런 시가 나온 걸까? 그리고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딱 그만큼 그 나이에 맞게 표현된 시들이 있어 부러움이 인다.

알량한 시, 불쌍한 아내
시를 읽고 난 아내 왈
-시가 불쌍하기는, 아내가 불쌍하지.
그 말에 허허 웃다가
-아무렴, 당신 말이 맞고.
(139~140쪽)

이 책을 이 땅의 아내들에게 권한다면 이 대목에서 부러움을 삼키고 돌아누운 남편의 등에 눈길을 주리라. 그래서 이 시집은 내 아이에게, 내 학생에게 그리고 엄마들과 세상의 아내들,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하느라 자식들을 길러내며 공감하고 기뻐하고 희망에 들떴던 순간들을 잊고 쓸쓸해 하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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