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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인문 깊게 읽기]나는 오늘 얼마나 사고 얼마나 버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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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7:29 조회 5,7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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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 발렌틴 투른 지음
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368쪽|2012.07.05
18,000원|고등학생|독일|사회

끼니를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연다. 얼음을 얼릴 틈도 없이 빽빽이 들어찬 냉동실과 냉장고를 이리저리 들여다보지만 한 끼 밥상을 차려낼 재료가 마땅치 않다. 싱싱해 보인다고 어머니가 잔뜩 사다 넣어놓은 토마토는 먹는 이가 없어 물러터진 채 야채박스 한 구석에 뒹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양념이 냉장고를 가득 메우고 성애가 하얗게 내려앉은 덩어리들이 냉동실 가득 앉아 있다. 이 중 상당한 양이 결국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는 아닐 터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와 유통과정에서 가정에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물 쓰레기가 생산량의 거의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이 책은 독일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발렌틴 투른의 영화 <쓰레기 맛을 봐(Tast The Waste)>의 제작을 동기로 하여 이루어진 다양한 조사와 연구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동안 식량 분배의 문제라든지 기아의 문제, 그리고 유기농이나 육류 섭취의 과다에 따른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음식물의 과잉 소비와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별개가 아닌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폐점 시간까지 싱싱하게 진열되어 있던 음식재료들이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폐기되고 새로운 식품으로 바뀌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야채와 과일은 물론, 요구르트와 같은 가공식품까지 유통기한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열대에서 치워지고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물건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면 다른 마트로 발걸음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식품의 처리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뿐 아니라 반듯하지 않은 오이, 둥글지 않은 감자 등 산지에서 모양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버려지는 작물까지 포함하면 엄청난양의 식량자원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조목조목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식품의 유통과정 및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액을 사실 소비자가 고스란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야채와 고기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불평하면서 구부러진 오이나 겉잎에 반점이 있는 양배추는 절대로 사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낭비의 원인을 유통업체에만 떠넘기기에는 부끄러운 면도 없지 않다. 또한 육류소비의 증가로 사료로 사용하기 위한 곡물의 소비증가와 바이오에너지의 생산 증가로 인한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소비 증가 또한 곡물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개도국의 빈곤과 기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하는데, 편리함과 풍족함을 우선하는 삶을 위해 누군가의 밥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 너무 많은 빵을 굽고, 그빵을 다시 태워 바이오가스를 생산해내는 어이없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소비의 광기 속에서 한 몫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야. 이런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나만 손해 볼수는 없잖아?’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책에서도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들과 실천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을 제시해 준다.

공정무역, 유통단계의 합리적인 구조조정, 도시 농업, 유기농 농업과 농장 직거래 등을 이용한 합리적이고 건강한 소비, 푸드 뱅크 등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방법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대안에 앞서 오늘 냉장고 문을 열면서 내가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다소 산만하고 또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 동안 정치적인 문제로만 생각해왔던 기아와 분배에 관한 이야기를 소비의 관점에서 풀어보았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가 있다.

어느 구내식당의 잔반통위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오늘 내가 버린 한알의 쌀은 농부들이 흘린 한 방울의 땀이다.” 1+1으로 묶음 포장된 요구르트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 놓고 유통기한이 지나면 아낌없이 버리는 우리들에게는 너무 구태의연한 말로 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밥상에 밥알을 흘리면 불호령을 내리던 어른들의 밥상교육이 먹을거리에 대한 현명한 태도를 배울 수 있게 해주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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