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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과학 깊게 읽기]앞으론‘닭대가리’란 말 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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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8:56 조회 8,25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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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 엄마가 되다』
김혜형 지음_김소희 그림_낮은산_200쪽
2012.04.20_12,000원_가운데학년부터_한국_생태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이 우리나라 최초로 생존작가 작품으로 100만 부를 판매한 기록을 남겼다는 뉴스를 접했다. ‘10년 전 읽고 감동했던 그 책이 장한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기뻤다. 200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닭이라고 하면 계란, 닭고기만 생각했던 내가 닭이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고, 병아리들을 키우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주 추천해 주었다. 2009년 『열혈수탉분투기』(창신강)를 읽고는 ‘아, 수탉은 또 이렇게 자라는구나…’ 하며, 암탉과 다른 수탉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2011년, 여덟 살 된 딸아이와 『엄마까투리』(권정생)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까투리가 날개 밑으로 새끼들을 보듬어주고 화마에서 지켜낸 것을 보며 아이는 엄마까투리가 죽었다는 것에 슬퍼하고, 나는 엄마의 마음에 동요되어 함께 울었다.

그래도 난 여전히 ‘닭’ 하면 계란, 후라이드치킨, 삼계탕을 먼저 떠올리며 먹거리 생각만 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인터넷에 동물학대사건이라며 전라도의 한 농장주가 소를 굶겨 죽였다는 뉴스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되고 있음을 접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살아 있는 생명을 아사에 이르게 했다는 것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뉴스가 인간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 키워지는 소, 닭, 돼지 들의 이야기였다. 그중 알에서 깬 수평아리는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감별되어 죽임을 당하고, 알을 낳기 위한 암평아리도 좁은 양계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를 쪼아 죽이지 않게 부리를 자른다는 이야기, 수퇘지들은 고기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거세를 당하며, 많은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좁은 우리에서 운동도 못 하고 사료로 사육된 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소, 돼지, 닭 들을 먹어왔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2년… 『암탉, 엄마가 되다』를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2006년 귀농하여 시골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는 3년 동안 닭을 키우면서 닭들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사진 자료를 남기며, 그 내용을 입말로 풀어쓰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오면 사흘을 못 넘기고 죽고 말았는데, 외사촌 오빠는 똑같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도 명절이면 덩치 큰 수탉을 가족 상에 올릴 수 있었다. ‘우리 집은 도시고, 오빠는 시골에 살아서 닭이 잘 컸나?’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25년이나 지난 지금 드디어 찾았다.

병아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바로 저체온증이에요. 봄날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이 금세 죽는 이유도 대개 저체온증 탓이래요. 상자 안에 60촉 백열등만 켜 놓아도 살릴 수 있는데, 좁쌀과 물만 주면서 자꾸 손으로 들어 올려 주물럭거리니 버텨 내질 못하는 거죠. (119p)

어린 병아리는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능력이 없대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엄마의 체온을 충분히 나눠 줘야 해요. (70p)

귀소본능이 강한 닭은 낮에는 종일 밖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닭장으로 찾아 돌아오고, 알을 품을 때는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고 부화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알에서 깬 병아리는 수시로 날개깃 사이로 품는다고 한다. 돌아서면 잊는 사람들을 ‘닭대가리’라고 놀리는데 닭은 정말 생각 밖으로 영리하고 모성애도 강한 동물이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쉽게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의 본능을 지우고, 식탁에 더 많은 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똑같은 글자의 ‘닭’은 내게 먹거리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로 되살아났다.

닭의 모습이라고는 조류독감이 발병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양계장에 빽빽이 앉아 있는 모습이나, 죽어서 매몰되는 모습만 보았던 우리에게 이 책은 다양하고 애정 어린 닭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닭을 키우기 위해 처음 닭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닭들의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나도 닭을 키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암탉, 엄마가 되다』는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에서 읽을 수 있고 ‘착한 소비’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하는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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