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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1 10:16 조회 7,9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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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지음|김지안 그림|글로연|162쪽
2012.01.06|13,000원|높은학년|한국
인물

작년 여름, 비가 내리는 날에 강화도 외규장각을 찾았다. 젖은 발로 들어선 그곳에서 쓸쓸함이 밀려왔다. 외규장각 앞을 행진하던 프랑스 군인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그랬나. 조선 왕실의 기록을 품고 있다가 불타서 없어졌다가 최근에 복원된 곳이어서 그랬을까. 얼마 뒤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 박물관 특별전에 들러 볼 기회가 있었다. 또박또박 정성을 다한 손글씨로 의궤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박병선의 편지가 인상적이었다.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에서 진짜 박병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 주었다. “이 할머니 누구예요?” “왼쪽에 있는 꽃은 뭐예요?” “여기 옛날 사람들은 뭐하는 거예요?” 아이들의 궁금증이 줄줄이 이어진다. 책표지에 있는 놋쇠 물림과 5개 국화 모양 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의궤의 꽃이라는 반차도가 그려진 면지를 들춰 보여주니 “와~ 예쁘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아이는 청계천에서 본 적 있다고 으쓱거리기도 한다. 의궤나 직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아이들에게 책 중간에 실린 설명을 권하면 좋겠다.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아이들 눈에 쏙쏙 들어가겠다. 이 책은 박병선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파리에서 박병선 곁에 머물면서 이책은 시작되었고, 그 분이 돌아가신 뒤 책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의 책을 펼쳐 보며, 공들이며 애쓴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책이다. 『조선 왕실의 보물의궤』(토토북),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현암사)와 함께 읽으면 더없이 좋겠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연구원이었던 박병선은 서고 한 구석에 있던 직지를 발견했다.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임을 5년 만에 홀로 고증해냈다. 또한 1866년 강화도에서 프랑스군이 약탈해 가서 고국을 떠나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창고에서 파기 직전의 폐품 꾸러미로 묻혀 있었던 의궤를 찾아냈다. 외규장각 의궤의 존재를 외부에 알린 것이 문제가 되어 직원 자리를 잃기도 했다. 허나 의궤가 있는 도서관을 쉽게 떠날 수 없어서, 의궤 297권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상세히 풀어내는 해제 집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십 년을 하루같이 도서관을 찾은 이용자여서 ‘파란 책 속에 묻혀 있는 여성’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도서관의 독특한 하나의 풍경이 되었던 13년의 시간, 홀로 도서관을 향하던 발걸음은 한국에서 『조선조의 의궤』 출판으로 이어졌고, 이는 의궤 반환운동의 작은 불씨가 되었다.

흔히 사서라 하면 대출, 반납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사서는 정보를 다루는 사람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와이 대학의 장순영 사서는 독도 주제어가 리앙쿠르 암으로 변경되는 것의 부당함을 막기도 했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지식인으로서 문화유산 지킴이가 되는 사서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모으고 널리 알리는 해외 사서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우리 것을 되찾아 오는데, ‘대여’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외규장각 의궤가 어디에 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소유’여야 한다는 겁니다. ‘소유’라는 전제가 분명하다면, 지금 당장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가져올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소유’로 명확하게 못 박지 못한게 무척 아쉽기만 합니다. 내가 외규장각 의궤라면 울면서 돌아왔을 것입니다. 우리의 의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외규장각 의궤에 ‘대여’라는 말이 사라지고, 완전한 우리의 ‘소유’가 될 때까지 노력해야만 합니다.” (153~154쪽)

“무엇을 하든 인내와 끈기를 가지세요.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154쪽)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외규장각 의궤 온라인 열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문화재는 만들어진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온전하게 빛난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프랑스의 어두운 창고에서 홀대 받던 의궤가 고국에 돌아와 역사의 한 조각을 보여 주며 그 빛을 발하고 있지 않은가. 조국의 후손들과 세계에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었다는 박병선이었다.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좌절하지 않고 진실한 노력을 다했기에 자신의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삶은 『행복한 청소부』(풀빛)를 떠올리게 한다. 공을 위해 한 일이 아니었다고, 그 과정을 자신이 해냈음에 만족해하던 삶 속에서 우리가 살려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아이들과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추천의 글에 “내 삶의 이야기가 작은 불씨가 되길”이라고 쓰여 있다. 박병선의 꿈과 삶을 품은 이 한 권의 책이 아이들 맘에 들어가 어떤 꿈의 씨앗이 되어 싹이 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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