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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인생의 바다, 자유의지로 표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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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20:31 조회 6,5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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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봄이 왔다. 땅거죽 위로 잔주름 같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지천으로 깔리는 앙증맞은 진달래, 아기눈곱 같은 개나리며 수줍은 벚꽃이 입을 크게 벌리고 연둣빛 숨결을 토해낸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주말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량항에서 음악회가 열린다고 해서 회도 먹을 겸온가족이 차에 몸을 실었다. 내 고향 강진, 마량 가는 길은 전망이 빼어나기로 이름난 곳이다. 굽이굽이 감겼다풀리는 도로 옆으로 바짝 바다를 끼고 차는 달렸다. 찰랑거리는 수면 위로 은빛비늘을 반짝거리던 은어 떼처럼 봄의 싱그러운 햇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매끄러운 나선형의 청자 도요지 간판을 지나고 나면 바로 가까이에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 까막섬이 엎드려 있다. 이제 요트의 흰 돛을 닮은 항구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서 탐진강의 구강포 물줄기와 남해의 거대한 흐름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포구 마량만을 이루고 있다. 음악회는 끝나가고 있었다. 노을이 내려앉은 항구에는 그림처럼 어선 몇 척이 정박 중이었다. 뱃바닥에서 철썩대는 파도소리가 갈매기 우는 소리와 어우러졌다.

바닷바람이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놓았다. 막막하기만한 나의 장래를 생각하며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라는 것도 저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입시를 위해 밤낮으로 참고서와 씨름하고 있지만 정작 나의 장래는 알 수가 없다. 미지의 바다 위에서 정해진 길 없이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항로를 따라 표류하는 배처럼. 얼마 전에 읽은 『파이 이야기』라는 책이 떠오른다.

이 책은 한 인도 소년의 표류기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소년 파이의 유년시절은 트라우마로 가득하다. 단순히 신을 사랑한 나머지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를 모두 섬겨버리는 파이. 피신이라는 이름 때문에 파이라는 새이름을 택해야 했던 인도 소년의 유년시절은 동물원에서 시작된다. 비록 철창 너머 인간들을 구경하는 동물들이지만, 나름대로 야생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 파이는 그러한 곳에서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익혀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이 일가는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태평양이 화물선을 단숨에 삼켜버린다. 정신없이 헤엄쳐 파이가 겨우 올라탄 구명보트. 아뿔싸! 그곳에는 이미 벵골호랑이와 하이에나, 얼룩말 그리고 오랑우탄이 올라타 있었다. 그러나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이 일상인 동물의 세계. 잔인할 만큼 사실적인 동물의 생존법칙에 예외란 없다.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는 맹수의 모습이란! 거기서 파이는 선택해야만 했다. 살아남을 것인가, 자포자기해 깊은 바다에 고개를 처박을 것인가. 그리고 그는 선택했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파이는 매순간 선택했고, 선택한 길에서 자신과 싸워 이겼다. 결국 파이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순간, 가장 절망적인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이토록 지독한 시련이 왜, 하필이면 자신에게 닥쳤는지, 모든 것이 마냥 원망스럽다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자유의지. 우리에겐 선택이라는 이름의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헬렌 켈러는 행복에는 두 개의 문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 자신에게 절망의 순간이 왔을 때, 닫혀 있는 한 개의 문만 보기 때문에 열린 다른 쪽의 문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했다. 파이의 표류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유도 바로 그에게 좌절의 순간이 왔을 때, 열려 있는 행복의 문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즈음 고등학생들에게는 ‘꿈’이 없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성적대로 무조건 대학 진학을 강요받고 있으니, 고등학생들은 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거대한 사회의 물결 앞에 홀로 놓여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쩔쩔매며 표류하는 배와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르겠다.

앞이 깜깜하고 마음은 급한데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은 오리무중일 때, 아무리 봐도 도무지 열려 있는 문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나 그 순간,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이 절망적인 상황과 싸워 이겨 자유의지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그저 흐름에 사로잡혀 껍데기에 불과한 삶을 살 것인가. 나도 언젠가 어른이 되어 사회의 거대한 물결 앞에 놓이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 때 자유의지로 빛나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인도 소년 파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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