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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참된 어린이문학을 향한 올곧고 꼬장꼬장한 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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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9:28 조회 5,90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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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서가 된 후 동료 사서들과 동화에 대한 공부를 하는 중에 만난 이오덕 선생의 『시정신과 유희정신』은 충격이었다. 어린이 문학계 전반에 걸쳐 대쪽같은 성품으로 가차없이 가해지는 비판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필치는 속을 후련하게도 했다. 무수하게 줄을 그으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난 후 그동안 책을 조금 좋아한 것을, 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 부끄러웠다. 얄팍한 지식으로 판단했던 우를 얼마나 많이 범했는지 낯뜨거울 뿐이다. 책과 아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중간자로서 사서의 중요성이, 책 한 권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무게감이, 아직도 글쓰기보다 글짓기라는 말이 익숙하고, 일본어 문장인 줄도 모르고 무수하게 말했을 오류들이 어깨를 짓누른다.

이 책은 ‘이오덕 교육문고’ 둘째 권으로(첫째 권은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 발간) 1984년 작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을 새롭게 펴낸 것이다.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은 그동안 절판되어 이 책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헌책방을 뒤지거나 복사를 해서 돌려보곤 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창작동화와 전래동화, 2부 어린이문학 무엇이 문제인가, 3부 이원수 문학, 4부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으로 나뉘어 1984년 이전의 교육, 표절동화, 전래동화, 창작동화에 대한 견해 등 어린이문학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어린이문학을 개인의 오락처럼 여기는 실태를 비판한다. 동화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참모습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얘기로 쓴 글’이라고 정의하고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어린이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화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어린이문학개론같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생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목표와 생각이 있어야 하며, 사회와 역사와 어린이 삶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야 동화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성실성, 어린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_24쪽

위의 글은 단지 동화를 쓰는 사람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올바른 인생관을 갖지 못한 채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인격, 학문적 치열성, 곧은 정신을 주창하는 이 책은 동화작가나 책, 교육과 관련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읽어도 더할 나위 없다.

어린이문학은 ‘재미있는 줄거리와 쉬운 문장, 쉬운 말’로 써야 한다며 어쭙잖게 사용한 미사여구나 꾸밈 글을 비판한다. 어린이를 너무 얕잡아 보고 동화를 함부로 쓰는 작가들에게 ‘진짜 동심은 사람과 역사의 현실을 깊이 깨달은 다음에 찾아낸 가장 착하고 참된 삶의 길을 가려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며 물욕과 명예욕을 버려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어린이문학은 철학이 담긴 진솔한 마음 표현임을 누차 말하고 있다. 잘못된 저작물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짚어줌으로써 동화작가로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어린이문학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 올곧음으로 어린이문학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초지일관 우리 어린이문학의 발전과 올바른 글쓰기를 강조하는 그의 이러한 곧고 굳은 신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저자의 역사관, 문제의식, 성실성, 어린이에 대한 사랑 그 자체일 것이다.

이원수 선생에 관한 글에서 저자와 이원수 선생과의 인연이 가슴 절절하다. ‘어린이문학은 나의 종교’라고까지 말한 이원
수 선생이 돌아가시기 한 해 전에 남긴 동시 여섯 편을 중심으로 선생의 시와 선생에 대한 존경이 저자의 소회로 엮어졌다. 저자가 이원수 선생에 대해 비판(선생의 6.25 이후 동시가 역사와 어린이 삶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음에도 오히려 좋게 받아들인 것에 눈물이 날 만큼 감동한다. 우리 문학계의 거목이던 이원수 선생과 저자의 인격과 문학을 보는 참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원수 문학을 논한 3부는 저자의 표현대로 ‘꼬부라지고 비틀어진 글’ 대신 사랑과 신뢰와 존경의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어린이문학의 빈곤, 판타지와 사실성, 창작동화의 문제점, 표절동화론, 독을 풀어주는 문학,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의 글쓰기, 박상규 동화집, 권정생 동화, 소설가들이 쓴 동화에 대한 비평과 앤 롤랑 클라크의 『나귀의 여행』, 미카엘 엔데의 『모모』, 어린이 마음을 지녔던 『북미 최후의 석기인 이쉬』, 노동자들의 일기 모음집인 『비바람 속에 피어난 꽃』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저자의 정곡을 찌르는 비판은 우리 어린이문학이 가야 할 방향타 역할을 하며, 철학이 있어야만 동화를 쓸 수 있다는 선생의 꼬장꼬장한 글들이 우리 어린이문학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지금 성적과 입시로 지쳐가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작가 정신으로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낼 작품과 비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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