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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몸은 마음을 이루고, 마음은 몸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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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9:23 조회 5,36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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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몸의 시대다. 몸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던 어른들까지 너도 나도 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억눌려 있던 몸 이야기의 공공연한 분출은 거의 무지막지하게 느껴질 정도다. 남의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품평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키, 뱃살, 무슨 라인, 몸짱을 둘러싼 이야기가 슬그머니 일상에 파고든 것은 물론, 대중문화는 넘쳐나는 몸의 이미지로 끊임없이 의식을 공격한다. 21세기가 아닌 20세기 중후반에 성장기를 지나온 나는 이 모든 것이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은 늘 몸에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을 자연스레 표출하곤 했다. 나와 함께 자라던 20세기 아이들도, 지금 21세기의 아이들도. 그들은 늘 제 몸에 호기심을 느끼고, 서로의 몸에 관심을 표하고, 몸을 써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어쩌면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원래 하나임을, 그렇게 단칼에 딱딱 나눠지는 것이 아님을. 그래서 몸도 마음도 억압하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몸이 마음을 이루며 마음이 몸을 이룬다는 것을 깨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님들이 그랬듯이.

인체를 다룬 책은 참으로 많다. 그만큼 많은 독자가 인체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인체를 다룬 책에서 얻고
자 하는 것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학문적인 지식을, 어떤 이는 질병과 관련한 정보를, 어떤 이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방법을, 어떤 이는 건강 상식을 얻으려 한다. 물론 그냥 궁금해서 재미로 읽는 사람도 많다.

어린이들은 어떨까? 정보 책 읽기는 대개 학습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이니 읽어둬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시작된다. 이런 의무감을 다 잘못이랄 수는 없지만, 책에서 너무 가르치려 들면 무조건 읽기 싫고 보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기 쉽다. 어린이들은 처음부터 제 몸에, 남의 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니 인체를 다룬 어린이 책은 근본적으로 그 호기심을 건드리는, 읽고 싶은 책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몸 : 인체 내부를 보여주는 3D 과학 백과』는 그림이 좋다. 충분히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으며, 표현이 조잡하지 않고 시원시원하다. 인체의 여러 부분을 자르고 가르고 떠내고 했는데도 혐오감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생생하다. 머리, 심장, 가슴, 눈, 소화의 다섯 표제어에서는 투명 필름을 써서, 밖에서, 안에서, 앞에서, 뒤에서, 잘라내서 본 모습을 보여준다. 좋은 시도다. 그림은 아무리 잘 그려도 평면적이어서 입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해준다.

몸의 각 부분을 너무 기능 위주로, 기계적으로 끊어서 보여주지 않는 점은 신선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여준다고 하면서 뇌, 감정, 심장 주기, 팔, 콩팥, 생식, 다리, 그리고 발을 같은 급의 표제어로 다루었다. 글쓴이가 특히 보여주고 싶은 부분, 독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부분을 자유로이 선정한 점이 마음에 든다. 각 감각을 독립적으로 다룬 것도 적절하다. 뒷부분에는 여러 기관계를 하나씩 정리해서 균형을 잡았다. 기본 지식에서 세포를 다룬 것도 좋았다.

외국 서적을 번역한 정보 그림책은 글로 된 정보가 너무 많아 어린이들을 압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은 표제어에 속한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 들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빼곡하게 담은 백과사전이라기보다는 흥미롭게 읽으면서 호기심을 채워나가도록 하는 책의 성격에 잘 맞는다.

인체 각 부분의 이름을 가능하면 우리말로 나타내고자 노력한 것이 보인다. 뼈 이름 등은 우리말과 한자어를 같이 표기했다. 영어로 된 책의 경우도 영어와 라틴어를 같이 표기하는 경우가 많고, 한자 이름이 널리 쓰이고 있으므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리라.(하루빨리 과학 교과서를 비롯한 많은 책과 일상생활에서 인체 각 부분을 우리말 이름만으로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마음에 드는 표제어는 ‘감정’이다. 여기서는 대뇌변연계를 이루는 몇 부분과 함께 대뇌피질의 전전두엽을 다루었는데, 어려운 내용이 간단하고 짜임새 있게 표현되었다. 어린 독자들이 ‘전전두엽’, ‘편도’, ‘해마’ 같은 말을 접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신체 부분에 기억, 공포, 불안, 감정 조절, 이성과 판단 같은 마음이 어리어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이런 신비가 어린 독자들을 큰 질문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그림은 여러 화가가 공동 작업을 했다는데도, 통일성이 있다. 눈, 신경, 혈관을 비롯한 모든 그림이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아쉬운 점은 편집의 오류이다. 숨뇌(연수), 가슴샘(흉선)의 위치가 잘못 표시되고, 뇌간의 설명도 아쉽다. 빠른 시일 내에 바로잡기 바란다.

이 책을 펼쳐보고 처음 든 생각이 수업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공부와 관계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지만, 몇 권
을 비치해서 수업 시간에 배운 부분을 돌아가면서 펼쳐 보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지내는 중학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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