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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긴긴 잠에서 깨어난 마고성의 마고 선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우리 산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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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7:35 조회 8,1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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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논장은 본격적으로 어린이 책 출판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어떤 의미에
서는 신생 출판사였다. ‘어린이도 행간을 읽을 수 있다.’라는 필리파 피어스의 말에 힘
입어 어린 독자들을 믿고 그들의 심성과 슬기를 일깨우는 최고의 작품을 소개하겠다
는 포부로 ‘동화는 내 친구’ 시리즈를 열었다.

동화책을 서너 권을 내면서 한편으로는 늘 다음 책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중, 당시 어린이 책 세계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이자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 사장님이시
던 분이 옛이야기 원고 한 편을 추천하셨다. 건국대 동화와번역연구소? 지은이 이름은
생소했지만 내용은 옛이야기인데도 처음 듣는 것처럼 신선했다. 그때는 입말로 들려
주는 구수한 옛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건국대 동화와번역연구소를 찾아가보니, 글을 쓴 세 교수님 모두 옛이야기나 동화
는 처음이었지만 어린이 책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넘쳤다. 당시 연구소가 있던 충주
를 중심으로 선생님들이 직접 각 마을을 찾아다니며 구전되는 설화를 채록하고, 그 설
화를 바탕으로 동화로 재구성하는 작업과, 설화와 동화를 연구하는 일을 꾸준히 진행
하고 계셨다.

연구소 소장인 김정란 선생님은 파리에서 수학한 불문과 교수로 프랑스 국립과학연
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계셨다. 얼핏 보기에는 옛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는데,
그 선입견은 이야기를 나누자마자 단번에 사라졌다. 황해도가 고향인 선생님은 사명감
을 가지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셨다. 자기 고장의 이야기
를 들으며 자라는 어린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 자신과 이웃에 대하여 깊은
사랑과 긍지를 느끼며 삶의 가치를 올리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 의미 있는 경
험의 축적이 교육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이며 이념이라는 신념이 확고했다.

박혜숙 선생님은 시인이었고, 유소영 선생님은 도서관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셨다. 원고
를 나누어 김정란 선생님의 『아리 공주와 꼬꼬 왕자』, 유소영·박혜숙 선생님의 『귀신 이야
기 엿들은 소금 장수』 2권으로 만들기로 하고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김정란 선생님의 글은
문장이 어찌 보면 무거운 듯하나 대단히 유려했다. 그 문장을 최대한 살리면서 좀 더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쓰려고 고심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접하게 하
고 싶어 좀 낯선 단어도 그대로 살렸다. 『귀신 이야기 엿들은 소금 장수』는 웃음을 자아내는
친근한 이야기에 교훈이 더 분명했다.

그림은 꼼꼼하고 정확한 고증으로 이름이 높은 홍성찬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선생님은
50여 년 넘게 다양한 그림을 그린 화가답게 능숙한 필치로 인물과 구도를 잡으셨다. 그때 선
생님은 편집자들의 아는 것(?) 없음을 걱정하시며, 오랜 역사물 작업을 하며 시대별로 왕족
들의 옷을 정리한 메모를 주셨다. 그 종이를 소중히 보관하고 지금도 들여다보곤 한다.

충주는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은 곳이다. 우리 민족의 생활 문화를 이해하는 중심지
로, 옛날 삼국 시대부터 각 나라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각축전을 벌인 곳이다. 충
주의 본산인 계명산 이름에 있는 닭을 따라 병아리에서 병자를 빼고 아리와 꼬꼬라는 이름
을 붙여 지네 여왕과 싸워서 성을 구하는 내용이 독특하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귀로, 입에서 귀로 전해 내려오면서, 마치 체로 거르면
좋은 알곡만 남듯이 걸러진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엮으면서 옛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자라면서 수백 번은 들었을 법한 그 이야기들, 별것 아
닌 것 같은 이야기도 지금까지 사람들 속에 살아남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 오랜 세월동안
전해 온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이야기에 담긴 풍부한 역사성과 은근한 교훈은 현재
에 그대로 적용된다. 전설…… 세월…… 역사…… 과거와 현재, 유구히 동질성을 이어 오는
삶에 대한 엄숙함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지은이는 “유럽에서는 어린 시절 들은 옛이야기가 삶의 가치나 선악의 지혜를 깨우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찍이 깨달은 인문학자들이 앞장서서 옛이야기들을 동화로 쓰기
시작했고, 그 작품들이 지금 전 세계인이 즐겨 읽는 문학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에 비
해 우리는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여 재창작한 동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한
다. 그래서 이 두 권의 옛이야기가 그만큼 소중하다.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는 방대한 옛이야
기의 세계를 전문 연구자들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창작하여 옛사람들의 삶과 꿈이 현재
에 온전히 전해지도록 하는, 우리 조상의 얼을 다른 나라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작업
의 시작이라는 점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어린이 책 출판을 시작할 즈음에 좋은 원고를 보게 된 인연으로 논장전래동화 시리즈를
열었다. 그 덕분에 원고를 보는 안목도 키울 수 있었다. 힘닿는 대로 출판을 하다 보니 시리
즈의 종수는 적지만,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리는 옛이야기들을 꾸준히 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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