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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그래도 내 가족, 그러므로 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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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9:40 조회 6,3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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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의존증’이라는 낯선 단어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또 ‘가족’이라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꼼꼼하게 다시 읽으면서 후회했다. 가족의 삶, 개인의 인생에 대해서 왈가불가할 만큼 나는 원숙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내 안의 나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어른 아이’인 나에겐 소화불량을 일으킨 책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중, 고등학생들이 아닌 자식과의 소통에 곤란을 겪는 학부모, 교사 그리고 상담가 및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성인이 읽어야 할 책이다. 비록 나는 소화불량에 걸려 애를 먹었지만, ‘덜 살아본 얘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저자 사이토 사토루는 현재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가족기능연구소 대표다. 현재 알코올 의존증, 아동학대, 과식증, 거식증, 도박 중독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상담으로 나누고 있다. 그는 정신분석학이론으로 살펴보았을 때, 다양한 이유로 인한 불행함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의 근원을 대부분 ‘가족’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그 불행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가족’이라 말한다. 저자는 ‘가족 의존증’을 ‘뒤틀린 애착’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는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분리되지 못한 채, 가족 구성원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는 ‘가족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가족 관계를 찾을 수 있다 말한다. 또한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개개인의 자아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려서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부모를 폭행하는 아이는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거나 어머니가 불안증을 가지고 있는 확률이 높다. 그 부모의 부모를 추적해보면 아마도 다른 문제들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다. 상처는 세습되고 고통은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핏줄이고, 가족이다. (6~7쪽)
부정하고 싶다. ‘모두 다 그렇다.’가 아니라 ‘그
럴 확률이 높다.’라는 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수학적으로 평균을 내볼 수 있는 문제란 말인가.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아무 문제없는 가족이 있기나 할까?

나는 ‘증症’이라는 한자어가 붙으면 기분 나쁘다. ‘어떤 병病이 있는’의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각종 ‘증’으로 아파하는 그들의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삐걱삐걱’
제각각의 이유들로 그들은 서로 아프다. 아픔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좌절한다. 불행하다. 하지만 이것이 다 어떤 특별한 ‘가족’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불행 없는 가족은 없다. 함께 이해와 소통으로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곪아 터졌던 상처는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다.

책의 표지에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단란한 가족이 있다. 모두 웃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유리병 속에 갇혀 있다.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요!’하며 과장된 웃음을 짓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가족일수록 감추고 싶은 아픔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확률로 따지고 싶지 않으나- 그들은 겉이 비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유리병에 시트지를 발라둔다. 유리병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곪아 터진 상처들은 아물지 못한 채 계속 썩어들어갈 것이다.

세상에는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걸 바로 운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인생에 정해진 운명을 미리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용’하다는 집을 찾아가 그것을 알아내려 안간힘 쓴다. 정해진 운명을 사주팔자, 타로카드 등의 점으로 다 알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점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 바로 우리 ‘가족家族’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폭 두목 병두 역을 맡았던 조인성이 한 말이 있다. “식구食口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식구는 바뀔 수도 있지만, 가족은 바꿀 수 없다. ‘함께’ 아파하고, 좋아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사랑을 확인할 기회조차 없는 요즘의 가족. 이래선 영영 병 속에 갇혀 나올 수 없다.

가족 안에서조차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형식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면, 혼자 사는 것이 낫겠다. 처음부터 사람은 세상에 그냥 혼자 뿅! 나타나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도록 만들어졌을 것이다. 겉으론 화목해 보이는 가족. 그 안에도 상처가 있기 마련이고, 풀리지 않고 쌓여가는 앙금이 있을 수 있다. 서로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도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연인과의 사랑엔 그렇게도 헌신적인데, 가족과의 사랑 표현엔 왜 이다지도 인색해지는 걸까? 인간의 ‘가족’ 관계를 시기, 질투하는 신의 장난일까? 하지만 영영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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