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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유목민의 심정으로 책 숲을 거닐며 의외성의 즐거움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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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17 조회 6,7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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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여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서점이 문을 열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수익성이 높은 다른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검토가 있었지만 결론은 명쾌했다. 국민교육진흥의 사명을 구현하겠다는 당시 창립자의 흔들림 없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30년을 훌쩍 넘긴 오늘까지 그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무한한 영광이다. 당시 나는 외국 서적의 수입 담당자였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입과 통관 절차를 거쳐 교보문고 매장에 도착한 책들은 진열하는 족족 팔려나갔다. 미처 그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식에 갈급했던 사람들의 열정 덕분에 몸은 피곤했으나 마음은 행복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절.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 교보문고 매장을 떠나 누군가의 연구실에, 방에, 도서관에 새롭게 둥지를 튼 책들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다시 교보문고에 돌아왔다. 자신의 비전과 꿈을 발견하고 실현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고백으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내 인생을 바꿔 놓은 한 권의 책’으로 그 시절의 책을 주저없이 손꼽아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 것이 꼭 한 권의 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더 많은 지식과 사람, 세상이 그를 오늘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또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나만의 방법과 색깔을 만들어가는 즐거운 독서법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규정하는 수많은 정의 중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정의가 바로 ‘호모 나랜스대표이사(Homonarrans)’다. 캘리포니아대학 존 닐 교수의 저서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이 정의는 인간의 본성이 바로 ‘이야기의 생산과 전파’에 있다고 본다.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을 골라달라는 부탁 역시 호모 나랜스로서의 인간의 본성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변화와 깨우침의 순간, 그리고 계속되는 동기부여와 실행으로의 몰입 등. 하지만 호모 나랜스로서의 특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도저히 단 한 권의 책을 골라낼 배짱과 능력이 없다. 특정한 책에 정박하지 않고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동서와 고금을 넘나들며 접해왔던 책들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밖에. 책이라는 물건이 그리 흔치 않았던 터라 양껏 읽는다는 것조차 호사로 여겼던 시절을 살아왔음은 물론 한 권의 책에만 사랑을 줄 수 없는 서점인으로 지난 30여 년간 살아왔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내 인생의 결정적 책 한 권에 대한 질문과 함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 어떻게 읽는 것이 좋으냐는 이른바 독서법에 대한 질문이다. 한 권의 책을 특정하지 않는 성격 덕분인지 독서법 역시도 대단히 자유롭다. 다른 누군가가 권장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따라가는 대신 우직한 발걸음으로 그저 한 권씩 읽어가며 나만의 방법과 색깔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독서에 대한 철학도 어찌보면 초라하리만큼 수수하다. 그저 재미있게 읽다보면 문리가 트이고 즐거움을 깨달아 평생의 동반자로 삼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재미라는 것이 말초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즐거움이며, 한 권의 책을 독파하고 난 뒤에 맛보는 짜릿한 성취감이고, 이어지는 질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탐구해나가는 설레임이라는 점에서 딱히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 이 순간 가장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한 권의 책을 골라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그저 우직하게 읽어나가라는 것. 고민하고 걱정하며 앞뒤 재지 말고 읽는다는 행동에 바로 나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서가 주는 의외성의 즐거움은 사람들과 나눌 때 더 커진다
이런 철학의 바탕 위에서 지금 현재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뇌과학’이다. 과학에 남다른 관심과 흥미가 있어 선택한 분야는 아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통적인 독서의 개념과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과연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행위가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무엇에 영향을 받는가, 또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해소하기 위해 책의 골짜기를 넘나들다 도착한 땅이 바로 ‘뇌과학’이었기 때문이다. 읽는다는 인문학적 명제의 꼬리를 물고 ‘뇌과학’이라는 과학의 영역까지 도달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책 읽기가 가져다주는 의외성의 감동과 즐거움이 아닐까? 이 의외성의 즐거움은 주변 사람들과 두루 나눌 때 더욱 커진다. 형식과 방법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보자. 그곳에 새로운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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