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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꿈속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용기와 상상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정신적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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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6:59 조회 6,1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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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책인데, 정말 좋은 책인데, 아쉽게 주목받지 못한 책을 소개’하는 원고를 써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였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어떻게 말해야 이 책이 읽고 싶어질까’라는 고민을 했다.

흔히들 하는 것처럼 수상 내역을 나열할까? 전미도서협회상, 보스턴 글로브 혼 북상, 워싱턴 도서상, 전미자녀교육출판 금상 등등. 하지만 상이라는 건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기준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법이라, 과연 상을 많이 받았다는 것만으로 책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좀 더 평이한 방법으로 카피 한두 줄에 줄거리를 이야기할까라는 생각도 해 봤다. ‘인디언보호구역에 살면서 백인 학교에 다니는 짝퉁 인디언의 웃다가 울다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뭐 이런 식으로.

책이 나왔을 때 신문에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열네 살 아이의 일기를 통해 희망과 화해를 말하는 책’이라고 다소 딱딱하게 보도가 된 적은 있지만, 사실 이 책은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는 인터넷 소설을 읽는 듯한(응?) 가볍고 익살맞은 문장과 보다가 빵 터지는 만화들이 장점이라, ‘희망’이나 ‘화해’처럼 어른들이 듣기에도 헤비하게 나가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더듬고 혀가 짧은, 그러니까 말을 더-더-더듬고, 혀-가 짤븐 주인공 아놀드는 세상에 말을 걸고 싶어서 만화를 그린다. 세상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농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의 외딴 구석에 격리된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소년이 가질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부자가 되고 유명해져야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탈출할 수 있으니까.

그럼 이 책의 결말에서 아놀드가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냐고? 설마…… 고작 317쪽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에서 그럴 리가. 하지만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고, 아놀드의 말처럼 꿈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제길, 용기와 상상과 또 정신적 질환도 어느 정도 필요’한 법이다. 써 놓고 보니 어쩐지 신간 기획할 때마다 중얼거리는 혼잣말 같아 기분이 묘하다. 사실, 국내에 외국 도서를 소개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용기와 상상과, ‘이 책은 왠지 많이 팔릴 것 같아’라는 원인 모를 자신감 또는 정신적 질환이 필요하다.

청소년 책들을 주로 만들고 검토하다 보면 한결같이 ‘어려움-극복-희망’의 해피엔딩에서 작품이 끝나고는 한다. 노력과 착한 성품으로 눈앞에 닥친 난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예측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려운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는 현실을 끝없이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게 더 필요한 일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도 추천하고 싶은 아까운 책으로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를 떠올린 건,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아놀드의 ‘실패해도 쓰러지지 않는 모습’이 끊임없이 입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우리네 학생들과 겹쳐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아놀드가 굳게 믿는 ‘비공식적이고 문서화 되지 않은 스포캔 인디언 주먹싸움 규칙’을 나열하는 것으로 짧은 소개를 마칠까 한다.

비공식적이고 문서화 되지 않은 스포캔 인디언 주먹싸움 규칙
(하지만 따르는 게 좋다. 안 그러면 두 배로 열나 맞는다.)
1. 누가 날 욕하면, 그 놈과 싸워야 한다.
2. 누가 날 욕할 것 같으면, 그 놈과 싸워야 한다.
3. 누가 날 욕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놈과 싸워야 한다.
4. 누군가 우리 가족, 친구들을 욕하면, 또는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을 욕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 그 놈과 싸
워야 한다.
5. 여자와는 절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그 여자가 나, 우리 가족, 친구들을 욕하면, 그러면 그 여자하고 싸
워야 한다.
6. 누가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를 때리면,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를 때린 그 아들이나 딸과 싸워야 한다.
7.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가 누군가를 때렸다면, 분명 그 사람의 아들 혹은 딸과 싸움이 터진다.
8. 인디언 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의 아들이나 딸을 골라 언제나 싸워야 한다.
9.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백인의 자식들과는 늘 싸워야 한다.
10. 반드시 싸워야 할 사람과 싸우게 된다면, 내가 먼저 주먹을 날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내가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주먹이니까.
11. 어떤 싸움에서라도, 우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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