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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작가가 본 청소년문학이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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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6:52 조회 6,2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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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K에게.
K, 자네 참 오랜만일세. 이렇게 술자리에서 얼굴을 보기란 한 5년 넘은 것 같네. 요새 글소식이 뜸하구먼. 몇 년 전부터 청소년소설을 쓴다고 하여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일세.자네를 보니까 갑자기 그 책이 생각나네. 얼마 전에 『봄바람』의 작가 박상률이 쓴 『청소년문학의 자리』라는 책을 보았네. 나한테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해서 편안하게 그 책 이야기나 할까 하네. 이건 뭐 비평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작가가 청소년소설을 쓰면서 고민한 것들을 그때그때 스케치한 에세이라고나 할까. 비평가들이 쓴 글하고는 달리 무겁고 난해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다가오더군. 무엇보다도 청소년문학을 바라다보는 작가의 시선이 다양한 각도에서 드러나 꽃이 많이 피어 있는 숲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네. 오랫동안 혼자 청소년문학을 해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 하고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큼 가슴을 치게 하는 대목이 많았어.

커 다란 길 하나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네
“청소년을 두고 미래의 주역이다, 내일의 주인이다, 라는 말이 구호처럼…… 쓰인다. 왜 그럴까? 청소년은 왜 오늘이 아닌 미래에만 주역이고 내일에만 주인이 될까? 오늘에도 주역이고 주인이면 안 될까?”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멈칫했다네. 은연중에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작가 박상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어. 박상률이 청소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글을 쓰는지 알 수 있었어. 그만큼 청소년기에 아픔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지. 우리 작가들 중에서 청소년이라는 존재를 박상률처럼 규정하고 글을 쓰겠다고 덤벼드는 작가는 드물어.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네. 단순히 사춘기 적 이러저러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사춘기의 아이들을 키워봤기 때문에 청소년소설을 쓴다고 덤비는 많은 작가들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메아리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일부러 이 책을 들먹이는 것이라네.

요즘 나는 아동청소년판에 있는 작가들보다는 일반문학(편의상 구별이다)판에 있는 작가들을 더 많이 보는데, 그들도 청소년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나한테 많은 질문을 던져. 청소년문학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얼버무리기가 일쑤야. 어떤 이는 청소년문학이 장르문학이지 않냐고 말하기도 해.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적절하게 대답하지는 못한다네.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청소년문학하고 장르문학의 경계를 명확하게 알았다네. “일반 소설 속의 성장소설은 이미 일정 부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됨으로써 장르문학화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청소년문학으로서의 성장소설은 아직 장르문학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일반 소설 속의 성장소설과는 달리 청소년문학으로서의 성장소설은 청소년의 특수한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청소년이 지니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보고 작가들이 청소년문학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커다란 길 하나가 열리는 느낌을 받았네.

모든 작가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거야
자네도 늘 말하다시피 요즘 출판시장에는 청소년문학이 풍년일세. 나도 신인작가들 원고를 상당히 많이 보는 편인데, 사실 이거다 하는 작품은 잘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네. 기성작가들이 쓴 청소년문학도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많네. 동화와 소설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쓴 글이 대부분이고, 청소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을 초등학생으로 낮춰서 동화책으로 내도 아무 탈이 없을 것 같은 작품도 많고, 무엇보다도 문장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어. 박상률은 이 책에서 그런 부분을 꼼꼼하게 지적했더군. 청소년소설은 동화하고는 차이가 있으나 일반 소설하고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따라서 청소년소설을 쓰려면 소설 쓰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해. 당연히 문장과 구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하구.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표지도 다 똑같애. 다 만화풍 표지에 어쩌면 이리도 판박이인지. 문학상을 받은 한 작품이 영화나 만화적인 소재나 기법을 차용하여 성공을 하면 다 그것을 따라 하고 야단인데, 그것은 그냥 한 흐름으로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문학적인 목소리를 내야 해. 이런 측면에서 “작금의 청소년문학 작품은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보면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비슷하니…… 비슷한 것은 가짜다. 이 말은 작가 자신만의 이야기 전개 방식, 문장, 문제의식, 분위기가 느껴져야 한다.”는 박상률의 메시지는 우리 모든 작가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거야.

이 책은 이런 책일세. 주로 청소년문학과 다른 문학과의 경계에 대해서 맥을 짚어주고, 청소년문학을 하는 작가들의 자세에 대해서 선배가 사랑방에서 이야기하듯이 들려주고 있어. 이따가 내가 서점에 들러서 한 권 사줄 테니, 도움 받기를 바라네. 오랜만에 만나서 재미없는 이야기만 했나보네. 잘 지내고, 다음에는 자네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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